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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빛깔을 향해 클래시컬 아카펠라 그룹 앙상블 플라네타
    앨범명   Choral
    아티스트   1104348264
    작성자   남소연(월간 그라모폰 기자)
    작성일   2005-10-21

 

'오직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 합창단이나 성가대, 혹은 고음악 앙상블을 제외하면, 이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을 찾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일본의 여성 5인조 클래시컬 아카펠라 그룹, 앙상블 플라네타의 존재가 독특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섯 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 특별한 앙상블의 탄생은 이들의 프로듀서인 가키아게 나호코와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사/작곡과 편곡, 보컬과 연주는 물론 프로듀서의 능력까지 다재다능한 멀티 플레이어인 가키아게는 이미 일본에서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장르를 주도하고 있는 정상급 프로듀서로 정평이 높은 인물.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국내에서도 은근한 반향을 일으켰던 팝페라 듀오 '엑센트릭 오페라'의 멤버로 작곡과 편곡을 담당했고, 자신의 솔로 앨범은 물론 영화 음악까지 종횡무진하며'CM의 여왕'이란 칭호로 불리는 만능 뮤지션인 그녀는 2003년 이후에는 주로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인간이 가진 목소리의 힘과 아름다움을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아카펠라 그룹의 컨셉트를 염두에 두었던 가키아게와 앙상블 플라네타 멤버들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고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네 명의 여성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고, 이들의 목소리는'앙상블 플라네타'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다(2집 이후에 이들의 멤버는 다섯으로 바뀌었다). 이토 미사코와 다카하시 미치코 등 네 명의 소프라노, 유일하게 알토 파트를 맡고 있는 무라다 에스코로 구성된 멤버들은 모두 동경 예술대학과 구니다치 음대 등 유수의 대학에서 성악과 음악을 전공한 실력파들. 그룹명의 '플라네타'는 혹성을 뜻하는'Planet'의 라틴어로, '우리들이 사는 지구 역시 큰 우주 속 하나의 혹성일 뿐이라는 의식을 지금 이 시대만큼 강렬하게 느꼈던 적이 없었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참신한 편곡, 순수한 보컬의 앙상블
2001년 첫 결성이래 이번에 발매된 신보 <Choral>까지 여섯 종의 앨범을 선보인 앙상블 플라네타의 앨범은 발매 이후 언제나 일본의 클래식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는 널리 알려진 클래식 명곡과 유럽 민요를 새롭게 편곡하는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크로스오버를 넘어서 음악적으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르의 특성상 다른 혼성 아카펠라 그룹이나 소년 합창단, 팝페라 보컬들과 겹치는 레퍼토리도 종종 존재하지만, 이들과 앙상블 플라네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담백함'이다. 앙상블 플라네타의 노래는 개성과 파격이란 타이틀로 원곡의 주제와 멜로디를 기묘하게 변형하는 '극한의 하이브리드'가 아닌, 보컬 본연의 매력과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여성의 목소리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높은 음역, 비브라토를 억제한 창법과 섬세한 음색은 음악의 순수함과 여성 아카펠라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강인함과 애절함의 양면을 지닌 보컬, 신선한 편곡에서 비롯되는 산뜻한 하모니가 바로 이들이 지닌 경쟁력인 셈이다. 이러한 장점과 역량을 도드라지게 극대화시키는 중심은 역시 가키아게의 편곡. 이들의 음악이 기본적으로 아카펠라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교하고 깔끔한 편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바흐의 코럴 전주곡 <예수, 인간이 소망하는 기쁨>과 아일랜드 민요 <샐리 가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 13>'비창'의 2악장 등 클래식의 고전과 전통 민요, 이탈리아 가곡을 노래한 이들의 데뷔 앨범(2001)은 당시 <아사히 신문>의 '석간 클래식 시청실 코너 10선'에 선정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3집은 일본 음악전문지 <애드립>이 매년 각 부문별로 가장 주목할만한 앨범을 선정하는 애드립 어워즈에서 2003년 국내 월드/뉴에이지 상을 수상했다.
앙상블 플라네타의 앨범은 국내에서도 전작이 모두 소개되며 각종 방송과 CF에 삽입, 꾸준한 인기를 다졌다. 가장 먼저 소개된 앨범은 2002년에 라이선스로 발매된 2집 <Maiden's Lament>으로,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당시 모 아파트 CF에 삽입되며 확실하게 존재를 알렸다. 이듬해에는 4집 <Etoile>이, 2004년에는 데뷔 앨범 <Ensemble Planeta>와 3집 <Aria>의 스페셜 합본앨범이 한국에만 특별 발매되었고, 지난해 가을에는 5집 <로망스>의 발매와 더불어 추진된 내한 공연이 아깝게 무산되어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이들의 음반이 오디오파일에게도 인기가 높다는 사실이다. 여성 아카펠라가 들려주는 청아한 고음은 오디오의 사운드 테스트 음반으로 애용되고 있다. 특히 3집 이후의 발매분부터 이번 신보까지 모두 하이브리드 SACD로도 수입되어 오디오파일들에게도 각별한 만족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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